요즘 Z세대 사이에서 책 읽기가 멋진 일이 되었습니다. 이걸 '텍스트힙'(Text-Hip)이라고 부릅니다. 텍스트힙은 글자(text)와 멋있다는 뜻의 '힙하다'가 합쳐진 말입니다. 즉, 책 읽기와 글쓰기가 멋진 문화가 되었다는 뜻이에요. 이번 글에서는 텍스트힙 열풍을 독서와 연결지어서 설명해 보려고 합니다.
1. 텍스트힙이 뭔가요?
텍스트힙은 책 읽고, 글 쓰고, 이 경험을 SNS에 공유하는 것이 멋지다고 여기는 문화입니다. 스마트폰과 영상에 익숙한 Z세대가 오히려 책과 글에 관심을 보이는 게 특별합니다.
문화체육관광부의 2023 국민독서실태조사에 따르면, 20대의 독서율은 74.5%로 모든 연령대 중에서 가장 높습니다. 이는 성인 평균(43%)보다 훨씬 높은 수치입니다.
2. Z세대가 텍스트힙에 빠진 이유
1️⃣ 나를 표현하는 방법
Z세대는 책을 통해 자신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어떤 책을 읽는지가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보여주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책스타그램이나 북스타그램 해시태그를 검색하면, 좋아하는 책 페이지 사진, 필사한 글, 책 추천 게시물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이런 활동은 누구나 할 수 없는 특별한 취미라는 자부심을 주고, 자신만의 개성을 보여주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2️⃣ 디지털 피로에서 벗어나기
쇼츠나 릴스 같은 짧고 자극적인 영상에 지친 Z세대들이 반(反) 도파민 트렌드를 따라 책에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 중 33.6%를 유튜브가 차지하며, 그 사용 시간은 2024년 4월 기준 1,021억분이라고 합니다.
이런 환경에서 책 읽기는 그냥 영상 보는 것보다 더 멋있어 보이는 활동으로 여겨지며, 동시에 디지털 세계의 과한 자극에서 벗어나 마음의 안정을 찾는 방법이 되었습니다. '독파민(독서+도파민)'이라는 새 말도 생겼는데, 이는 책을 읽으면서 느끼는 기쁨을 말합니다.
3️⃣ SNS와 책 읽기의 만남
Z세대는 그냥 책만 읽지 않고, 그 경험을 SNS에 공유하며 사회적 활동으로 확장시켰습니다. 인스타그램에서 #북스타그램을 검색하면 2024년 기준 850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나타나는 것은 이 현상의 규모를 보여줍니다.
해외에서는 책을 읽고 1분 내외의 감상을 틱톡에 올리는 북톡(BookTok) 챌린지가 유행하면서 책 수요가 급증하고 있으며, 이로 인해 2024년 영국의 도서 판매량은 7억 3,500만 권으로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Z세대는 독서를 '놀이'로 바꾸면서, 독서 모임, 챌린지 등 다양한 활동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4️⃣ 유명인의 영향력
Z세대는 좋아하는 유명인이 읽는 책에 큰 관심을 보입니다. 아이브의 장원영이 말한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는 언급 후 판매량이 두 배 이상 늘었고, 배우 한소희가 소개한 불안의 서는 대부분의 온라인 서점 베스트셀러가 되었습니다.
NCT의 재민이 추천한 책 자존감 수업은 팬들에게 소개된 후 판매율이 114%나 늘었고, 에스파의 카리나가 추천한 책 내게 무해한 사람의 판매율은 157%나 늘었습니다. 심지어 공항 책이라는 말도 생겼는데, 이는 공항에서 책을 읽는 르세라핌 허윤진의 모습이 화제가 되면서 생긴 말입니다.
5️⃣ 종이책과 전자책 모두 사용하기
Z세대는 종이책과 전자책을 상황에 따라 골라서 읽는 방식을 택하고 있습니다. 최근 발표된 2023년 국민 독서실태에 따르면, 20대의 전자책 독서율은 크게 증가하여 2023년의 53.2%에서 2024년에는 58.7%로 상승했습니다.
전자책을 즐겨 읽는 사람들은 경제적인 면을 중요시하는데, 전자책이 종이책보다 약 30% 정도 싸고, 구독 서비스를 통해 더 많은 책을 적은 돈으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텍스트힙이 만든 새로운 문화들
1️⃣ 독서 기록 앱 인기
독서 기록을 차곡차곡 쌓고 싶은 Z세대를 위한 다양한 앱이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귀여운 캐릭터 '북적이'와 함께 독서 기록을 모으는 북적북적, 다른 사람이 무엇을 읽는지 볼 수 있는 리더스, 책을 언제부터 읽었는지,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 기록하는 북플립 등 다양한 독서 앱이 인기입니다.
2️⃣ 블로그의 부활
Z세대 사이에서 사진과 글에 길이 제한이 없는 블로그가 다시 인기를 끌고 있습니다. 네이버 블로그는 Z세대의 이용이 증가하면서 2024년 한 해 동안 214만 개의 블로그가 새롭게 개설되었고, 2023년 (126만 개)에 비해 70%나 증가했습니다.
4. 독서 SNS 챌린지의 확산
2024년에는 다양한 독서 SNS 챌린지가 Z세대 사이에서 유행하고 있습니다. 한 달에 한 권 읽기 챌린지는 참여자가 215만 명을 넘었고, 책 속 명언 필사하기 챌린지는 180만 개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왔습니다.
특히 #독서_OOTD 해시태그는 책과 자신의 패션을 함께 올리는 챌린지로, 한 달 만에 15만 개의 게시물이 생겼습니다. 또한 #북스타그램 해시태그만 590만 건 이상의 게시물이 올라오기도 합니다. 이처럼 독서를 일상의 트렌디한 요소로 만드는 활동들이 계속해서 생겨나고 있습니다.
5. 텍스트힙 확산의 걸림돌: 비싼 책값과 도서정가제
텍스트힙 현상이 인기를 끌고 있지만, 비싼 책 가격은 독서 인구가 더 늘어나는 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습니다. 2024년 기준, 종이책 한 권의 평균 가격은 18,633원으로 2023년보다 4.3%가 증가했고, 2019년보다 10% 이상 올랐습니다. 이는 대학생이나 사회 초년생인 Z세대에게 부담이 되는 금액입니다.
도서정가제도 문제로 지적됩니다. 도서정가제는 책값 할인율을 최대 15%로 제한하는 제도인데, 이로 인해 전자책 가격도 크게 내릴 수 없게 되었습니다. 2023년까지만 해도 전자책은 종이책보다 30-40% 저렴했지만, 2024년 개정된 도서정가제로 인해 그 차이가 15-20% 수준으로 줄어들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Z세대는 중고 거래 앱이나 동네 도서관, 책 대여 서비스 등 대안을 찾고 있습니다. 책 바꿔 읽기 모임도 인기를 끌고 있는데, 이는 친구들끼리 이미 읽은 책을 교환해 읽는 방식입니다.
6. 텍스트힙의 미래
이런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텍스트힙은 그냥 유행이 아니라 Z세대의 정체성과 소비 패턴의 변화를 보여주는 현상입니다. Z세대에게 책은 단순히 지식을 얻는 도구가 아니라, 자신을 표현하고 다른 사람과 소통하는 도구가 되었습니다.
앞으로 텍스트힙은 더 다양한 방향으로 발전할 것 같습니다. 종이책과 전자책의 경계가 더 모호해지고, AR이나 VR 기술을 활용한 새로운 형태의 독서 경험이 등장할 수도 있습니다. 또한 AI 기술로 개인 맞춤형 책 추천 서비스가 더 좋아지고, 독서 경험을 공유하는 플랫폼도 더 다양해질 것입니다.
텍스트힙 현상은 디지털 시대에 오히려 글과 책의 가치가 다시 발견되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Z세대가 이끄는 이 새로운 독서 문화는 디지털과 아날로그, 개인과 사회, 소비와 생산의 경계를 넘어 더욱 다양한 형태로 발전해 나갈 것입니다.
2025.03.09 - [독서일기] - 독서는 힙하다! 텍스트힙이 불러온 독서 혁명
독서는 힙하다! 텍스트힙이 불러온 독서 혁명
1. 텍스트힙이 유행하는 이유 1️⃣ 디지털 피로감: 너무 많은 짧은 영상과 자극적인 콘텐츠에 지친 사람들이 더 깊이 있는 활동을 찾게 되었어요.2️⃣ 반도파민 트렌드: 도파민 중독에서 벗어
qwanjk.tistory.com
2025.03.11 - [독서일기] - 텍스트힙 시대, 종이신문이 주는 깊이 있는 경험
텍스트힙 시대, 종이신문이 주는 깊이 있는 경험
최근 저는 우연한 계기로 오랫동안 잊고 있던 종이신문을 다시 구독하기 시작했습니다. 디지털 콘텐츠에 지친 눈과 마음에 새로운 변화를 주고 싶었던 것이 주된 이유였습니다. 그러다 불과 몇
qwanjk.tistory.com
2025.03.14 - [독서일기] - 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을까?
디지털 시대, 우리는 어떻게 책을 읽을까?
1. 이북 리더기의 특별한 매력 이북 리더기의 가장 큰 장점은 전자 잉크(E-Ink) 디스플레이 기술입니다. 이 기술은 LCD나 OLED와 달리 반사광 원리를 사용해 종이책처럼 외부 빛이 화면에 반사되어
qwanjk.tistory.com
2025.04.15 - [독서일기] - 독서앱 200% 활용하기: 모으기에서 읽기로 전환하는 법
독서앱 200% 활용하기: 모으기에서 읽기로 전환하는 법
독서앱을 구독하고 있지만 정작 책은 읽지 않고 있나요? 이 글에서는 밀리의서재, 리디셀렉트, 윌라 같은 독서앱을 단순히 책 모으는 공간이 아닌 진짜 독서 공간으로 활용하는 방법을 알아보려
qwanjk.tistory.com
2025.04.30 - [Life] - AI가 골라주는 맞춤 뉴스 시대, 우리의 정보 소비는 어떻게 바뀌었나
AI가 골라주는 맞춤 뉴스 시대, 우리의 정보 소비는 어떻게 바뀌었나
요즘 스마트폰을 켜면 가장 먼저 마주하는 건 나만을 위해 준비된 뉴스 피드예요. 수많은 언론사의 기사 중에서 내 관심사와 취향에 맞는 뉴스만 골라서 보여주는 이 서비스, 누가 어떻게 만들
qwanjk.tistory.com
'독서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오만과 편견> 비판적으로 읽기: 사랑인가, 전략인가? (6) | 2025.03.09 |
---|---|
독서는 힙하다! 텍스트힙이 불러온 독서 혁명 (14) | 2025.03.09 |
대학생과 성인을 위한 독후감 작성법: 책의 기억을 지키는 방법 (8) | 2025.03.03 |
<스토너>문학적 울림과 한계를 함께 보다 (16) | 2025.03.02 |
영화 <미키17> 을 보기 전에: 원작 <미키7> 이 던지는 깊은 질문들 (4) | 2025.03.0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