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영화 <미키17> 을 보기 전에: 원작 <미키7> 이 던지는 깊은 질문들

qwanjk 2025. 3. 1. 14: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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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제된 나는 누구인가

 

<미키7> 과 그 후속작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 는 2022년과 2023년에 출간되자마자 읽은 책들입니다. 저는 어릴 때부터 SF 소설을 정말 좋아했고, 특히 아이작 아시모프의 작품을 워낙 즐겨 읽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SF 소설의 왕팬이 되었고, <미키7> 도 출간 소식을 듣자마자 기대하면서 읽었습니다. 아주 재미있게 읽었던 책인데, 얼마 후 봉준호 감독이 이 작품을 영화화한다는 소식을 듣고 정말 반가웠습니다. 이 책이 가진 독특한 설정과 깊이 있는 주제들이 과연 영화로 어떻게 구현됐을지 기대가 큽니다. 그래서 이번 연휴에는 극장에서 봉준호 감독의 <미키17> 을 볼 예정입니다.

 

 

미키7 완전판 세트 - 전2권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수상한 봉준호 감독의 2024년 SF 기대작 「미키17」의 원작소설로 주목받은 SF 장편소설 『미키7』의 후속작이다. 전작에서 많은 독자들의 궁금증을 자아냈던 니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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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전제한 불멸, 혹은 소모품으로서의 삶

 

<미키7> 의 배경은 얼음으로 뒤덮인 혹독한 행성 <니플하임> 입니다. 주인공 미키 반스는 "익스펜더블" 이라 불리는 특수한 직업을 맡고 있는데, 이는 말 그대로 '소모품' 을 의미합니다. 미키는 위험한 임무를 수행하다가 죽더라도, 그의 기억이 그대로 남은 채 새로운 육체로 다시 태어납니다. 하지만 이 과정이 반복될수록, 그가 과연 원래의 미키 와 같은 존재인지 의문이 들게 됩니다.

 

이 설정은 단순한 SF적 상상력이 아니라, 인간의 존재 가치와 생명의 의미에 대해 깊이 고민하게 만듭니다. 만약 죽음을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면, 개인의 삶은 얼마나 가벼워질까요? <미키7> 의 세계에서는 불멸 이 특권이 아니라 오히려 존재를 가볍게 만드는 덫이 됩니다. 죽어도 다시 태어나니까, 한 개인의 희생이 별로 중요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이런 점에서 이 소설은 우리 사회가 노동자나 특정 계층을 어떻게 다루는지를 떠올리게 합니다. 값싼 노동력, 위험한 일을 떠맡아야 하는 사람들, 그리고 그들이 소모품처럼 취급되는 현실과도 연결됩니다.

 

저는 이 부분에서 현실의 노동 문제와의 유사성을 강하게 느꼈습니다. 회사에서 반복적으로 대체 가능한 존재로 취급되는 노동자들, 끊임없이 착취당하면서도 구조적으로 벗어날 수 없는 저소득층의 현실. 복제가 가능해져도 이런 불평등은 여전하고, 오히려 더 악화될지도 모릅니다. <미키7> 은 먼 미래를 배경으로 하지만, 결국 현재의 우리 사회를 극단적으로 투영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나'는 복제될 수 있는가?

 

이 소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바로 "정체성" 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입니다. 만약 나와 똑같은 기억과 성격을 가진 존재가 새롭게 태어난다면, 그는 나일까요? 아니면 완전히 다른 존재일까요?

 

이런 고민을 다룬 철학적 개념이 바로 테세우스의 배(Ship of Theseus) 역설입니다. 테세우스의 배는 오래되어서 부품을 하나씩 교체했는데, 결국 모든 부품이 바뀌었을 때 여전히 같은 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미키7> 은 바로 이 문제를 개인의 존재와 연결하여 묻고 있습니다.

 

저는 여기서 더 나아가, 인간의 기억과 경험이 정체성을 결정하는 요소라면, 과연 나라는 존재는 어디까지 확장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만약 내 기억이 클라우드에 저장되어 여러 개의 신체에 다운로드될 수 있다면, 그 신체들은 모두 '나'일까요? 아니면 각각의 개별적인 존재로 봐야 할까요? 이 질문은 단순한 SF적 상상이 아니라, 실제로 인공지능과 인간의 결합이 점점 논의되고 있는 지금,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문제입니다.


인간과 기계의 경계

 

최근 AI와 휴머노이드 기술이 급격히 발전하면서, <미키7> 이 던지는 질문들이 더욱 현실적으로 다가옵니다. AI가 인간의 사고방식을 모방하고 감정을 흉내 내는 수준까지 발전한다면, 우리는 그들을 인간과 동등한 존재로 인정해야 할까요? 아니면 단순한 프로그램에 불과하다고 선을 그어야 할까요?

 

이미 현실에서도 AI가 창작을 하고, 인간의 노동을 대체하고 있습니다. 머지않아 AI 기반의 휴머노이드가 인간처럼 사고하고 판단하는 날이 올지도 모릅니다. 이때 <미키7> 의 복제 인간 개념과 맞물려, "정체성을 가진 존재란 무엇인가?" 라는 질문이 더욱 중요해집니다. 만약 AI가 스스로를 '나'라고 인식하고, 인간과 동일한 감정을 표현한다면, 그것은 새로운 형태의 생명체라고 할 수 있을까요?

 

이러한 고민은 SF 소설 속의 이야기만이 아닙니다. 우리가 앞으로 마주할 현실이며, 이에 대한 철학적, 윤리적 논의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복제 기술이 만든 새로운 불평등

 

<미키7> 의 세계에서는 복제 기술이 발전하면서 새로운 계급 구조가 형성됩니다. 우주 개척을 주도하는 엘리트 계층이 있고, 복제된 노동자들이 그 아래에서 위험한 일을 떠맡는 것입니다. 복제가 가능해졌다고 해서 모두가 평등한 삶을 살게 되는 것이 아니라, 복제 기술을 통제하는 자들이 더 강력한 권력을 가지게 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저는, 기술 발전이 항상 인류에게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않는다는 점을 다시금 실감했습니다. 과거에는 산업혁명, 지금은 AI와 자동화 기술, 그리고 미래에는 복제 기술이 있을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기술들이 누구의 손에 쥐어지느냐입니다. <미키7> 이 보여주는 사회는 기술이 발전할수록 오히려 격차가 심화되는 세상입니다. 이 문제는 현실에서도 충분히 고민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의 존재를 다시 묻다

<미키7> 과 그 속편 <미키7: 반물질의 블루스> 는 단순한 SF 소설이 아닙니다. 복제 인간을 통해 자아의 정체성과 불멸의 의미를 고민하게 만들고, 복제 기술이 만들어낼 계급 문제와 윤리적 딜레마를 날카롭게 짚어냅니다.

 

책을 덮고 나서 거울을 보았습니다. 나는 정말 '나'일까요? 아니면, 사회가 만들어낸 또 하나의 소모품 일까요? 이 질문이 쉽게 잊히지 않을 것 같습니다. 그리고 아마도, 우리 모두가 한 번쯤 고민해봐야 할 문제일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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