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평범함 속의 감동과 아쉬움
윌리엄 스토너는 특별한 인물이 아닙니다. 그는 전쟁터의 영웅도 아니고, 세상을 바꾼 위대한 사상가도 아닙니다. 그러나 그의 평범한 삶이 오히려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주고, 인간 존재의 의미를 되돌아보게 만듭니다. 존 윌리엄스의 소설 <스토너> 는 한 남자의 고요하고도 고독한 삶을 통해, 문학과 사랑, 실패와 소외의 본질을 탐구하는 작품입니다.
이 소설이 처음 출간되었을 때는 큰 주목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른 후, 많은 독자들에게 재발견되어 '숨겨진 명작'으로 인정받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아마도 스토너의 삶이 화려하지는 않지만, 우리 모두가 경험하는 일상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인생의 의미에 대한 깊은 질문을 담고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단순한 찬사로만 평가하기에는 다소 한계가 존재합니다. 여성 인물들의 단편적인 묘사, 시대적 편견, 그리고 주인공 스토너의 무기력함이 한편으로는 아쉬움을 남깁니다. 이 글에서는 <스토너> 의 문학적 가치와 함께, 작품이 가진 한계를 비판적으로 살펴보고자 합니다.
스토너 (초판본, 양장)
전 세계 수많은 문학 애호가들의 인생 소설로 손꼽히는 명작 《스토너》가 1965년 미국에서 처음 발행됐을 때의 표지로 출간된다. 이번 에디션에서는 기존 판의 문장을 다듬고 문학평론가 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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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문학에 헌신한 남자의 외로운 삶
윌리엄 스토너는 1891년, 미주리의 가난한 농부의 아들로 태어납니다. 그는 부모님의 기대를 따라 농업을 공부하기 위해 미주리 대학에 입학합니다. 그러나 운명적인 순간이 찾아옵니다. 문학 수업을 들으면서 스토너는 책과 시가 주는 깊은 감동을 처음 경험하게 됩니다. 이는 그의 인생을 완전히 바꾸는 전환점이 됩니다. 결국 그는 농업이 아닌 영문학을 전공하며 학자로서의 길을 걷게 됩니다.
대학에서 교수로 일하게 된 스토너는 에디스라는 여성과 만나 결혼합니다. 처음에는 희망찬 시작이었으나, 둘의 관계는 점차 불행해집니다. 에디스는 남편과의 정서적 유대를 거부하며, 부부 관계에서도 냉정한 태도를 보입니다. 더욱 가슴 아픈 일은 그들의 딸 그레이스와 스토너의 관계까지 에디스가 의도적으로 방해한다는 점입니다. 스토너는 가정에서 점점 더 고립되어 갑니다.
직장에서도 스토너의 상황은 좋지 않습니다. 그는 동료 교수 찰스 워커와 심각한 갈등을 겪게 됩니다. 이 갈등은 단순한 개인적 다툼을 넘어, 학문적 가치관의 충돌로 이어집니다. 워커는 스토너의 강의를 빼앗고, 그의 승진을 방해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가합니다. 스토너는 이러한 상황에서도 자신의 학문적 신념을 고수하지만, 그 대가로 경력에 심각한 타격을 입습니다.
삶의 유일한 위안은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진 사랑이었습니다. 스토너는 젊은 강사 캐서린 드리스콜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그녀와의 관계는 스토너에게 오랫동안 느끼지 못했던 행복과 열정을 가져다 주었습니다. 하지만 이 관계 역시 대학의 정치적 상황과 당시의 사회적 규범으로 인해 오래 지속되지 못합니다. 결국 드리스콜은 스토너의 곁을 떠나게 됩니다.
이렇게 실패와 좌절로 가득 찬 삶을 살던 스토너는 결국 병에 걸리고, 조용히 죽음을 맞이합니다. 그의 삶은 외부적으로 보면 불행과 실패로 가득 차 있지만, 그는 문학이라는 유일한 위안을 통해 끝까지 자신의 삶을 지켜나갑니다. 하지만 이러한 묵묵한 태도가 과연 이상적인 삶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스토너
내셔널 북 어워드 수상작가 존 윌리엄스의 장편소설. 2013년 영국 최대의 체인 서점인 워터스톤 올해의 책으로 선정된 도서이다. 1965년 미국에서 발표된 후, 오랜 시간 동안 독자들에게 잊힌 <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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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비판적으로 읽기
1️⃣ 스토너의 무기력함과 소극적인 태도
스토너의 삶을 따라가다 보면, 그는 많은 어려움을 겪으면서도 이를 적극적으로 해결하려는 모습이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그는 결혼 생활에서 심각한 불행을 겪지만, 관계 개선을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하지 않습니다. 에디스와의 대화를 시도하거나, 상담을 받거나, 심지어는 이혼을 고려하는 등의 행동도 취하지 않습니다. 그저 자신의 불행을 받아들이고 견디는 것만이 그의 대응 방식입니다.
직장에서도 스토너는 워커의 부당한 대우에 맞서 싸우기보다는, 소극적으로 상황을 받아들입니다. 그가 가장 사랑했던 문학을 가르치는 권리마저 빼앗겼을 때에도, 그는 자신의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하지 않습니다. 물론 그가 학문적 신념을 지키는 모습은 존경스럽지만, 그 외의 부분에서는 지나치게 수동적인 태도를 보입니다.
이러한 스토너의 모습은 현실적인 인간의 모습을 반영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모든 사람이 영웅처럼 자신의 문제에 당당히 맞서 싸울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독자로서는 그의 지나친 무기력함에 답답함을 느끼게 됩니다. 스토너가 조금만 더 자신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했다면, 그의 인생은 달라질 수 있었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남습니다.
2️⃣ 여성 인물의 단편적 묘사
이 작품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 중 하나는 여성 인물들의 묘사입니다. 특히 에디스의 경우, 그녀는 복잡한 내면 세계를 가진 인물이라기보다는, 단순히 냉정하고 비합리적인 존재로 그려집니다. 우리는 에디스가 왜 그렇게 행동하는지, 그녀의 내면에 어떤 상처와 갈등이 있는지에 대해 깊이 알 수 없습니다. 그녀는 이유 없이 딸과 남편의 관계를 방해하는 악역으로서 기능할 뿐입니다.
또한 에디스의 정신적 불안정함은 단순히 그녀의 '결함'으로 묘사되며, 당시 여성들이 겪었을 사회적 압박이나 제한된 선택지에 대한 깊은 이해는 부족합니다. 이는 당시 문학에서 흔히 나타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을 반영하는 요소로 보이며, 오늘날의 시각에서 보면 매우 불균형한 인물 설정입니다.
마찬가지로 스토너가 사랑했던 드리스콜 역시 그녀만의 깊이 있는 이야기보다는, 주인공에게 잠깐 위안을 주는 조연에 불과합니다. 이런 점에서 <스토너> 는 여성 인물에 대한 입체적인 묘사가 부족하다는 한계를 보여줍니다.
3️⃣ 문학적 가치와 시대적 한계
이 작품이 문학적으로 가치 있는 이유는 스토너라는 한 개인의 삶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고독과 실패, 그리고 희망을 조명한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윌리엄스의 절제된 문체와 뛰어난 심리 묘사는 독자들에게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특히 스토너가 문학을 처음 접하는 장면이나, 드리스콜과의 사랑을 묘사하는 부분은 매우 아름답고 감동적입니다.
또한 이 소설은 학문의 가치와 지식 추구의 의미에 대해 깊은 통찰을 제공합니다. 스토너에게 문학은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의미를 찾는 수단이었습니다. 그가 가르치는 학생들에게 문학의 아름다움을 전달하려는 열정은 진심으로 감동적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이 작품이 1960년대에 쓰인 점을 감안하더라도, 여성과 장애인(스토너의 딸 그레이스가 나중에 알코올 중독에 빠지는 부분)을 묘사하는 방식에서 시대적 한계가 뚜렷합니다. 현대 독자들이 이 작품을 읽을 때 이러한 부분을 고려해야 하며, 단순히 '불후의 명작'으로서 찬양하기보다는 비판적인 시각을 함께 가져야 합니다.
4. 감동과 아쉬움을 동시에 남기는 작품
<스토너> 는 조용한 삶을 통해 인간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는 작품으로, 문학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충분히 감동을 받을 만합니다. 이 소설이 보여주는 일상의 소중함, 작은 승리와 패배의 의미, 그리고 무엇보다 인간이 자신의 열정을 찾고 지키는 과정은 모든 시대의 독자들에게 울림을 줍니다.
하지만 주인공의 지나친 무기력함과 소극적인 태도, 그리고 여성 인물의 단편적 묘사는 작품의 깊이를 다소 제한하는 요소로 작용합니다. 스토너는 자신의 삶에서 많은 부분을 그저 흘러가는 대로 내버려두고, 적극적으로 행복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이러한 태도가 과연 본받을 만한 것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남습니다.
결국 이 소설은 시대를 초월한 보편적 가치를 담고 있지만, 동시에 그 시대적 한계를 고스란히 안고 있는 작품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이러한 양면성이 오히려 <스토너> 를 더욱 흥미로운 토론 대상으로 만들어주는지도 모릅니다.
이 작품을 통해 우리는 단순히 성공과 실패라는 이분법적 기준이 아닌, 삶을 대하는 태도와 의미를 깊이 고민하게 됩니다. "성공한 삶이란 무엇인가?",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 "인생에서 중요한 가치는 무엇인가?"와 같은 질문들을 스토너의 삶을 통해 되짚어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고민 속에서, 과연 스토너가 우리에게 이상적인 인간상인가 하는 질문은 여전히 남아 있습니다. 그의 수동적인 태도와 체념은 현실의 벽 앞에서 인간이 취할 수 있는 하나의 방식이지만, 그것이 최선의 삶의 방식인지에 대해서는 각자 다른 답을 내릴 수 있을 것입니다.
<스토너> 는 감동적이지만 완벽하지 않은 작품이며, 그 점이야말로 이 소설이 여전히 많은 독자들에게 논의될 수밖에 없는 이유일 것입니다. 우리는 스토너의 삶을 통해 자신의 삶을 돌아보고, 더 나은 선택과 가치관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이것이야말로 좋은 문학이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가장 소중한 선물이 아닐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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