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테크∙투자

돈이 안 모이던 시절, 나에게 없었던 단 3가지

qwanjk 2025. 3. 30. 13:26

 

 

 

통장 잔고를 보며 한숨만 나오던 시절이 있었어요.

 

월급날이 되면 잠시 숨을 고르는 듯했지만, 어느새 다시 잔액이 부족합니다 메시지와 마주하게 됐습니다. 열심히 일했고, 사치스러운 생활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데도 돈은 모이지 않았어요. 직장 동료들은 여행도 가고 투자 이야기도 하는데, 저만 항상 월급날만 기다리는 것 같았습니다.

 

연말 정산을 준비하면서 지난 1년의 지출 내역과 여러 개의 미완성 가계부들을 보며 깨달았어요. 돈이 모이지 않던 제 모습에는 분명한 공통점이 있었어요.


1. 지속성 없이 항상 새 출발만 했어요

 

이번 달부터는 진짜 돈 모을 거야.

 

매달 다짐했던 말입니다. 1월에는 가계부 앱을 설치했어요. 2월에는 종이 가계부를 샀고요. 3월에는 엑셀 시스템을 시작했어요. 그러나 열정은 항상 넘쳤지만, 그 열정이 지속되는 법은 없었어요.

 

문제는 어떤 방법도 한 달을 넘기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첫 일주일은 열정적으로 기록했지만, 바쁜 날이 이어지면 잊어버렸고, 며칠 기록을 놓치면 이번 달은 망했으니 다음 달부터 다시 시작하자며 포기했습니다. 이런 식으로 매달 새로운 시작만 반복했어요.

 

통장도 마찬가지였어요. 목적별로 여러 계좌를 개설했어요. 비상금 통장, 여행 통장, 결혼 통장 등 다양한 이름의 계좌들을 만들었지만, 대부분 첫 입금 이후 두 번째 입금은 이루어지지 않았어요. 마치 계좌를 개설하는 것만으로 저축이 완료된 것 같은 착각에 빠졌습니다.

 

투자에서도 같은 패턴이 반복됐죠. 주식, P2P 대출, 펀드 등 여러 방법을 시도했지만, 모두 시작만 했을 뿐, 어느 것 하나 제대로 이어가지 못했어요. 주식은 며칠 손해를 보면 팔아버렸고, 적금은 중간에 해지했으며, 펀드는 수익률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 바로 환매했어요.

시작은 언제나 화려했지만, 지속이 없는 저에게 성과는 찾아오지 않았어요.


2. 소비에 대한 자각과 관심이 없었어요

 

이번 달에는 왜 또 돈이 없지?

 

매월 반복되는 이 질문에 명확한 답을 내리지 못했어요. 카드 내역을 봐도 기억나지 않는 지출들로 가득했습니다. 심지어 일주일 전에 산 물건도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았어요.

 

커피 한 잔의 가격이 얼마인지, 한 달에 커피를 몇 잔이나 마시는지 전혀 몰랐어요. 점심 식대로 얼마를 쓰는지, 그것이 제 월급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얼마인지도 관심 없었어요. 소비는 그저 일상의 일부였고, 특별히 생각할 거리가 아니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제 수입조차 정확히 파악하지 못했다는 점이에요. 월급명세서는 대충 훑어보고 넘겼거든요. 수입도, 지출도 모른 채 막연하게 돈이 없다고만 생각했어요. 월급의 정확한 액수, 세금과 각종 공제액의 비율, 실수령액이 얼마인지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살아왔던 거죠.

 

스트레스받을 때면 온라인 쇼핑으로, 피곤할 때면 배달 음식으로 저를 달랬어요. 이 정도 위로는 괜찮지라고 생각했지만, 이런 작은 위로가 모이면 생각보다 큰 금액이 된다는 사실을 간과했어요. 소소한 행복을 위한 소비가 모여 재정의 불행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소비는 의식적 행동이 아닌 무의식적 습관이 되었고, 통장이 비는 건 금액의 크기가 아닌 자각의 부재 때문이었어요.


3. 사소한 불편함도 참지 못하고 돈으로 해결했어요

 

시간이 없으니까. 귀찮으니까. 힘드니까.

 

이런 말들이 지갑을 여는 순간마다 머릿속을 스쳤어요. 버스가 10분 뒤에 온다면 택시를 탔고, 집에 식재료가 있어도 요리가 귀찮다며 배달을 시켰어요. 조금만 기다리면 무료 배송인데도 당장 받고 싶다며 빠른 배송비를 추가로 냈어요.

 

그렇게 아낀 시간에는 무엇을 했을까요? 대부분 소셜미디어를 훑어보거나, 유튜브 영상을 보거나, 넷플릭스 시리즈를 봤어요. 시간이 없어서가 아니라, 시간 사용에 우선순위가 없었던 거죠 시간을 아꼈다고 생각했지만, 실은 돈과 시간 둘 다 낭비하고 있었습니다.

 

특히 퇴근 후의 저는 판단력이 흐려졌어요. 하루 종일 일한 제게 편하게 쉴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고, 그 권리를 행사하는 방법은 대부분 소비였어요. 피곤한 저녁 시간의 배달 음식, 퇴근길의 택시, 주말의 과도한 여가 활동 등 이런 소비가 습관이 되면서 적지 않은 금액이 새어나갔습니다.

 

작은 불편함을 견디지 못하는 이 태도는 단기적인 편안함과 장기적인 재정 안정 사이의 균형을 무너뜨렸어요. 당장의 편리함을 위해 미래의 안정을 조금씩 포기하고 있었던 거죠.

 

진정한 절약은 금액의 크기가 아니라, 불필요한 편리함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작은 결심에서 시작됐어요.


4. 돈이 머무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했어요

 

돌아보니, 문제는 돈이 부족한 게 아니었어요. 돈이 머무를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없었던 거에요.

 

마치 바구니에 물을 담으려 해도 구멍이 숭숭 뚫린 바구니라면 물이 고이지 않는 것처럼, 저의 재정 관리 시스템에도 여러 구멍이 있었어요. 돈은 들어오는 족족 새어나가고, 축적되지 못했어요. 매달 초에는 희망찬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매달 말에는 어김없이 텅 빈 통장을 마주했어요.

 

체계적인 시스템이란 거창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세 가지 간단한 규칙을 세웠어요.

 

  • 하나의 방법을 끝까지 고수하기
    • 가계부든, 앱이든, 엑셀이든 무엇을 선택하든 최소 6개월은 같은 방법을 유지하기로 했어요
    • 중간에 며칠을 놓치더라도 다시 시작하는 것, 그것이 핵심이었어요
    • 완벽함보다는 지속성을 우선시했어요

 

  • 나의 소비 패턴 인식하기
    • 매주 금요일, 10분만 시간을 내어 일주일 간의 지출을 살펴보기로 했어요
    • 무엇에 돈을 쓰는지 파악하는 것만으로도 불필요한 지출이 줄어들었어요
    • 의식적인 소비가 무의식적인 지출을 줄여주는 효과가 놀라웠어요

 

  • 24시간 룰 적용하기
    • 필수품이 아닌 모든 지출은 24시간 동안 기다린 후 결정하기로 했어요
    • 이 간단한 규칙 하나로 충동구매가 크게 줄었어요
    • 하루만 기다리면 대부분의 욕구는 사라진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이런 작은 시스템들이 모여 서서히 변화가 생겼어요.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몇 개월이 지나자 자연스러운 습관이 되었죠. 더 이상 돈 관리가 스트레스가 아닌 일상의 한 부분이 되었습니다.


거창한 목표보다는 작고 지속 가능한 행동들이 결국 차이를 만들었어요. 매일 조금씩 가계부를 쓰고, 정해진 날짜에 자동이체로 저축하고, 소비 전에 잠시 멈추는 습관이 통장 잔고에 변화를 가져왔어요.

 

아직 완벽하진 않아요. 가끔은 실패할 때도 있고, 옛날 습관이 돌아올 때도 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완벽함보다 중요한 것은 꾸준함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돈은 기적처럼 갑자기 모이지 않아요. 작은 습관과 일관된 시스템의 결과물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