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이슈

박사가 사라지는 나라, 미래는 안전할까?

qwanjk 2025. 3. 2.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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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박사가 넘쳐나지만, 일자리는 없다

 

박사 학위는 학문의 최고 단계로 여겨지지만, 요즘 박사들이 겪는 현실은 매우 어렵습니다. 2024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박사 학위를 딴 청년들 중 일자리를 구하지 못한 사람이 역대 가장 많았습니다. 이 문제는 한국만의 일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박사 인력을 활용하는 방식이 바뀌고 있다는 신호이기도 합니다. 특히 많은 박사들이 한국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외국으로 떠나고 있어서, 국가 차원의 인재 유출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2. 박사 학위를 따고 나면 취업이 잘 될까?

 

최근 조사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1만 442명 중 70.4%만이 일자리를 가졌거나 곧 일할 곳이 정해진 상태였습니다. 나머지 26.6%는 열심히 일자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 취업하지 못했고, 3.0%는 아예 구직 활동을 하지 않고 있습니다. 결국 박사 학위를 따고도 약 30%가 무직 상태라는 뜻입니다. 이 수치는 관련 조사가 시작된 이후 가장 높은 수준입니다.
 
특히 30세 미만의 젊은 박사들은 상황이 더 심각합니다. 47.7%가 무직 상태이며, 이들 중 45.1%는 취업을 시도했지만 실패한 경우입니다. 이는 한국 사회가 어렵게 길러낸 고급 인재들이 제대로 활용되지 못하고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
 


3. 인문계 박사들은 더 힘들다

 

전공에 따라 취업률이 차이가 나는데, 특히 인문학을 전공한 박사들은 취업이 매우 어렵습니다. 최근 조사에 따르면 예술·인문학 박사의 무직률은 40.1% 로 가장 높았습니다. 다음으로 자연과학·수학·통계학(37.7%), 그리고 사회과학·언론·정보학(33.1%) 순으로 무직률이 높았습니다.
 
취업을 하더라도 비정규직 비율이 90.8%로,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입니다. 또한 연봉 수준도 낮아서 5천만 원 이상의 연봉을 받는 비율이 42.7% 에 불과합니다. 인문계 박사들은 대부분(81.1%)이 대학에 취업하지만, 기업이나 정부 기관에서 일하는 경우는 매우 적습니다. 결국 인문계 박사들은 학계 밖으로 나가기가 쉽지 않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4. 취업이 안 되면 해외로 나간다

 
최근 한국에서는 박사들이 국내에서 안정적인 연구 환경을 찾기 어려워 해외로 이주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특히 연구 환경의 질, 연구 자율성, 연봉 수준에서 차이가 나면서 해외 연구 기관으로 이동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습니다.
 
또한,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취득한 외국인 연구자들도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한국직업능력연구원의 보고서에 따르면, 2017년부터 2019년 사이 한국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외국인 중 53%만이 국내에서 취업에 성공했습니다. 이는 국내 박사들의 취업률(58.3%)보다도 낮은 수준으로, 외국인 연구자들이 한국에 정착하기 어려운 현실을 보여줍니다. 한국어 능력 부족과 취업 정보 부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힙니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한국 정부는 연구개발 예산을 2024년 기준 1.8조 원으로 대폭 증액하고, Brain Pool 프로그램을 통해 해외 연구자들에게 연간 최대 3억 원을 지원하는 등의 정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고급 외국 인력 유치를 위해 비자 제도를 개선하는 등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한국 연구 환경의 근본적인 개선 없이는 해외 유출을 막기 어렵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5. 다른 나라와 비교했을 때 한국 박사들의 현실은?

 

한국의 25~34세 대학 졸업자 고용률은 75.2%로 OECD 37개국 중 31위입니다.

  • 영국(90.6%)
  • 독일(88.4%)
  • 일본(87.8%)

 

등 주요 선진국에 비하면 매우 낮은 수준입니다.
 
또한 한국에서 학위를 딴 외국인 박사들의 상황도 좋지 않습니다. 과학·기술·공학·수학(STEM) 분야에서 외국인 박사의 취업률은 48.9% 로, 한국인 박사(58.3%)보다도 낮습니다. 게다가 취업한 외국인 박사의 73.1%가 불안정한 박사후 연구원(Post-doc) 자리에서 머물고 있어, 안정적인 직장을 얻기가 어렵습니다.
 


6. 박사들이 취업하기 어려운 이유

 
박사 학위를 취득한 후 취업이 어려운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단순히 한 가지 원인이 아니라 공급 과잉, 산업 구조, 학계의 채용 방식, 경제적 요인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문제입니다.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겠습니다.
 

1️⃣ 박사 수는 늘어나는데 일자리는 부족합니다

  • 박사 학위를 받는 사람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받아줄 일자리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 대학들은 학령인구 감소로 인해 재정이 악화되고 있으며, 그로 인해 교수직과 연구직 같은 학계 일자리도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2️⃣ 학계에서 정규직을 얻기는 하늘의 별 따기입니다

  • 미국의 경우, 과학·공학·보건 분야 박사 중 단 17%만이 3년 내 정규 교수직을 얻을 수 있습니다.
  • 공학 박사도 졸업 후 12.8%만이 학계에 취업할 수 있는 실정입니다.

 

3️⃣ 대학 교수직 채용이 폐쇄적입니다

  • 한국의 주요 대학들은 교수직을 내부에서 채우려는 경향이 강합니다.
  • 많은 대학이 자교 박사 출신을 우선적으로 채용하는 경우가 많아, 외부에서 온 우수한 박사들이 기회를 얻기가 어렵습니다.

 

4️⃣ 경제적인 이유도 크게 작용합니다

  • 코로나19 이후 대학들의 재정 상황이 악화되면서 교수직 채용이 줄었습니다.
  • 박사 학위자의 44%가 자신의 학력보다 낮은 수준의 일자리에서 일하고 있으며, 평균적으로 6.5%의 임금 손실을 경험하고 있습니다.


7. 한국에서 박사로 살아남기

 
저는 유럽에서 10년 동안 공부하며 정치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후 전공을 살려 취업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기업들은 사회과학이나 인문학 전공 박사들에게 큰 관심을 두지 않았으며, 대학 역시 정규직 교수 자리는 극소수의 엘리트 출신들에게만 돌아가는 구조였습니다. 결국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비정규직 연구원, 계약직 강사, 혹은 전혀 다른 분야로의 전직뿐이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저만 겪는 것이 아닙니다. 수많은 박사들이 동일한 현실을 마주하고 있습니다. 긴 시간 동안 학문을 연구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생활을 위해 전공과 전혀 관련 없는 일을 해야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박사 학위=안정된 직장’이라는 공식은 이제 과거의 이야기가 되었습니다. 학위를 마친 후에도 불안한 미래를 걱정해야 하는 것이 현실입니다.


8. 무엇을 바꿔야 할까요?

 
이 문제를 해결하려면 단순한 정책 변경이 아니라 근본적인 구조적 개혁이 필요합니다. 박사 인력이 단순히 학문 연구에만 머무르지 않고 다양한 산업에서 활용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이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겠습니다.
 

산업과 연구의 연결을 강화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박사 인력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산학협력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기업 내 연구소에서 박사급 연구원을 적극적으로 채용하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박사의 진로 다변화를 지원해야 합니다.

박사들이 교수직 외에도 정책 연구소, 공공기관, 민간기업, 컨설팅 분야 등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합니다. 연구 외에도 다양한 경로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합니다.
 

정규직 연구직을 확대해야 합니다.

박사들이 안정적으로 연구할 수 있도록 대학뿐만 아니라 국책 연구소, 기업 연구소에서도 정규직 연구직을 늘려야 합니다. 단기 계약직 위주의 고용 구조를 개선해야 합니다.
 

박사 인력의 해외 유출을 방지해야 합니다.

현재 한국의 연구 환경은 해외보다 경쟁력이 떨어지는 부분이 많습니다. 연구 환경 개선과 함께, 박사급 인재들에게 적절한 보상과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그렇지 않으면 유능한 인재들은 계속 해외로 떠나게 될 것입니다.
 


9. 우리의 미래는?

 
박사 학위는 한때 안정적인 미래를 보장하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오히려 취업과 생계를 걱정해야 하는 새로운 불안 요소가 되었습니다. 수년간 연구하며 쌓아온 전문성이 사장되고, 전공과 무관한 직업을 찾거나 해외로 떠나는 것이 현실입니다.
 
이제는 한국 사회가 박사 인력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진지한 논의와 대책이 필요합니다. 단순히 대학 내 교수직 확대가 아니라, 다양한 분야에서 박사들이 활약할 수 있도록 구조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만약 이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한국의 많은 박사들은 연구를 포기하거나 해외로 빠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경쟁력 문제로 이어질 것입니다. 이제는 변화를 고민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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