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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으로 본 한국의 AI 헤징 전략

qwanjk 2025. 3. 11. 2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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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주의 국제정치 관점에서 한국의 상황은 전형적인 안보 딜레마의 모습을 보여줍니다. AI 패권을 두고 격돌하는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한국은 지정학적 위치만큼이나 기술적으로도 양 강대국 사이에 끼인 미묘한 입장에 놓여 있습니다. 이런 현실을 직시하고 앞으로 나아갈 길을 알아보겠습니다.

 

1. 한국의 전략적 딜레마

 

한국은 안보와 경제 측면에서 미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지만, 동시에 중국은 한국의 최대 교역국으로 경제적 이해관계가 깊게 얽혀 있습니다. AI 기술 패권 경쟁에서도 이런 구도가 그대로 반영되어, 미국의 기술 생태계와 긴밀히 협력하면서도 중국 시장을 외면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현실주의 국제정치 이론의 핵심 개념인 힘의 균형에 따르면, 약소국이나 중견국은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을 위해 균형 전략이나 편승 전략을 선택합니다. 한국은 AI 패권 경쟁에서도 이 두 전략 사이에서 최적의 경로를 찾아야 하는 어려운 과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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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차별화된 이중 접근법

 

한국의 현명한 선택은 단순한 편승이나 균형이 아니라, 독자적인 경쟁력을 바탕으로 한 전략적 헤징 (Strategic Hedging)입니다. 이는 어느 한쪽에 완전히 의존하지 않으면서도 양측과의 관계를 유지하는 접근법입니다.

 

첫째, 기술 영역별 차별화 전략이 필요합니다. 미국이 주도하는 기초 AI 연구와 알고리즘 분야에서는 적극적인 협력과 공동 연구를 추진하되, 한국이 강점을 가진 제조업 연계 AI (피지컬 AI)나 특화 산업용 AI 솔루션 분야에서는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해야 합니다. 특히 반도체, 배터리, 자동차, 조선 등 한국의 주력 산업과 AI를 결합한 산업 특화 AI 분야는 한국이 독자적 입지를 다질 수 있는 영역입니다.

 

둘째, 가치 중립적 기술 외교를 펼쳐야 합니다. 기술 표준 및 국제 규범 형성 과정에서 중견국으로서 중재자 역할을 맡고, 인간 중심 AI와 같은 보편적 가치를 선도함으로써 소프트파워를 강화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는 기술적 중립성을 유지하면서도 글로벌 AI 거버넌스에서 한국의 발언권을 높이는 전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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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국의 생존 전략

 

현실주의의 또 다른 핵심 개념인 생존(Survival)의 관점에서 볼 때, 한국은 독자적 생존 공간을 확보하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다음과 같은 구체적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틈새 시장(niche market) 전략을 적극 추진해야 합니다. 딥시크(DeepSeek) 사례처럼 대규모 컴퓨팅 자원이 없어도 효율적인 접근법으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영역을 발굴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한국어 기반 AI 모델이나 한국 문화 콘텐츠와 결합한 AI 응용 프로그램 등 문화적 특수성을 활용한 영역에서 차별화된 경쟁력을 구축할 수 있습니다.

 

둘째, 중견국 연합 전략을 구사할 필요가 있습니다. 미중 패권 경쟁 속에서 비슷한 입장에 처한 국가들(일본, 호주, 유럽 국가들 등)과 기술 동맹을 형성하여 집단적 협상력을 높이고, 기술 공유와 공동 연구를 통해 강대국에 대한 과도한 의존도를 낮추는 전략입니다. 이를 통해 중견국 AI 생태계를 구축하여 제3의 축을 형성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4. 현실적 접근

 

국제정치이론에서 현실주의는 국제 체제의 무정부성자조의 원칙을 강조합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한국은 다음과 같은 현실적 접근이 필요합니다.

 

첫째, 전략적 모호성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에서 어느 한쪽에 확실히 줄을 서는 것보다, 사안별로 유연하게 대응하며 전략적 자율성을 최대한 확보해야 합니다. 특히 기술 표준이나 데이터 주권 문제에서는 국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한 판단이 필요합니다.

 

둘째, 위험 분산 투자 전략을 채택해야 합니다. AI 기술과 인프라에 대한 투자를 특정 국가나 기업에 집중하기보다, 다양한 파트너와 협력 관계를 구축하여 리스크를 분산시키는 것이 중요합니다. 예를 들어, 클라우드 인프라는 미국 기업과, 하드웨어 기술은 유럽 파트너와, 응용 기술은 국내 기업과의 협력으로 균형을 맞추는 방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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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국내 역량 강화

 

궁극적으로 강대국 사이에서 생존하기 위해서는 한국만의 AI 주권 확보가 필수적입니다. 이를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국내 역량 강화가 필요합니다.

 

첫째, AI 기초 연구와 인프라에 대한 과감한 투자가 필요합니다. 특히 국가 AI 컴퓨팅 센터 확충, 반도체 자립도 제고, 기초 연구에 대한 장기적 지원을 통해 최소한의 독자적 AI 역량을 확보해야 합니다.

 

둘째, AI 인재 양성 시스템을 혁신해야 합니다. 미중 기술 패권 경쟁의 핵심은 결국 인재 확보 경쟁이므로, 세계적 수준의 AI 전문가를 육성하고 해외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과감한 정책이 필요합니다. 병역특례 제도 부활 등 제도적 지원과 함께, 글로벌 수준의 처우와 연구 환경을 조성해야 합니다.

 

셋째, 데이터 주권 확보와 활용 체계를 구축해야 합니다. AI 경쟁력의 핵심인 데이터에 대해 국가적 차원의 수집·관리·활용 체계를 정비하고, 개인정보 보호와 데이터 활용 사이의 균형점을 찾는 제도적 혁신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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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헤징 전략의 현명한 구사

 

현실주의 국제정치 관점에서 한국의 AI 전략은 결국 헤징 전략의 현명한 구사에 달려 있습니다. 즉, 어느 한쪽에 완전히 베팅하지 않으면서도 양측의 긍정적 요소를 활용하는 전략입니다.

 

강대국들이 벌이는 패권 경쟁의 틈바구니에서 한국은 틈새 지능을 발휘해야 합니다. 독자적인 AI 주권을 확보하면서도, 국제 협력을 통해 글로벌 AI 생태계에 기여함으로써 중견국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해야 합니다. 이것이 바로 현실주의 국제정치의 냉혹한 논리 속에서 한국이 나아가야 할 전략적 길입니다.

 

미중 AI 패권전쟁이 심화될수록, 한국은 더욱 명확한 자기 정체성과 독자적인 경쟁력을 확보해야 합니다. 이는 단순한 기술적 과제를 넘어 국가 생존의 문제이며, 미래 세대를 위한 전략적 선택의 문제입니다. 매력적인 언더독으로서 차별화된 가치를 창출하고, 중견국 연대를 통한 집단적 영향력을 확보하는 전략이 한국이 AI 시대에 생존하고 번영하는 현실적인 길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