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큰 변화
지금 벌어지고 있는 AI 혁명은 준비도 없이 덮친 쓰나미 같아서 가끔은 정말 무섭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로봇이 공장 일을 대신할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AI가 베스트셀러 소설을 쓰고, 어려운 병을 진단하고, 심지어 값비싸고 화려한 건물을 설계하기 시작하면, 이제는 잠깐 멈춰 생각해 봐야 합니다. 이건 실제로 보이는 것보다 더 심각한 문제일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미술하는 제 친구는 예전엔 기술적인 것과 관련된 작업을 등안시 했었습니다. 요즘은 AI가 멋진 그림 아이디어를 만들면 그걸 손으로 다듬는 일을 합니다. 데이터 분석가 친구는 직접 자료를 분석하는 재미를 느끼는 대신, AI가 보고서를 제대로 작성했는지 팩트 체크하는 일만 합니다.
그 친구들은 우리가 알던 세상이 눈앞에서 실시간으로 변화하는 현장을 목격하고 있는 것이죠. 본인이 오랫동안 노력해서 갈고닦은 실력이 있는데, 기계가 그걸 순식간에 해버리는 걸 보면, 난 이제 어떻게 해야 하지? 라는 생각이 절로 들 수밖에 없습니다.
2. AI가 주는 마음의 충격
이건 단순한 일자리의 문제가 아닙니다. 나는 누구인가에 관한 존재론적 질문이기도 합니다. 일은 단지 돈을 버는 수단이 아니라 우리가 가치 있는 존재라는 자부심과 삶의 목적을 줍니다. AI가 우리만의 창의적이고 지적인 영역을 침범하면 불안하고 불편한 마음이 드는 게 당연합니다.
이제 경쟁은 다른 사람들과의 싸움이 아닙니다. 우리 앞에 놓인 가장 큰 과제는, AI와 함께 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자리를 지키는 것입니다. 우리는 여전히 이 세상의 중심일까요, 아니면 이미 구석으로 밀려났을까요? 누군가에게는 이런 질문 자체가 큰 충격일지도 모르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려야할 질문인 것도 분명한 사실입니다.
3. AI, 우리의 동반자?
달리 보면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도 될 일입니다. AI가 꼭 적일 필요는 없습니다. 똑똑한 사람들은 AI를 경쟁자가 아니라 자기의 일을 돕는 도구로 봅니다. 로봇 팔을 사용하는 의사처럼요. 로봇 팔이 정밀한 작업을 하지만, 의사가 모든 수술 과정을 진두지휘합니다. 대체되는 게 아니라 도움을 받는 겁니다.
AI로 음악을 만드는 음악가나 AI 글쓰기 도구를 쓰는 작가를 떠올려 봅시다. 생각의 방향을 바꿔서, AI에게 끌려다니지 않고 오히려 AI를 잘 활용하는 법을 배우면, 전보다 훨씬 더 나아진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AI를 단순한 도구가 아니라 우리 능력을 높여주는 또 하나의 머리라고 여기는 것입니다. 즉, AI를 단순히 기계로서 다루는 방식에서 벗어나, 인류에게 큰 도움을 줄 동반자로 바라보는 것입니다.
4. 어두운 면
물론 이론과 현실은 다릅니다. 자본주의의 역사를 되짚어 보면, 기업이 생산성이나 수익성보다 인류의 삶과 권리를 먼저 생각한 적이 그리 많지 않습니다. 정부는 어떨까요? 새로운 기술이 나오는 동안 법과 제도는 항상 뒤처집니다. 개인은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AI 시스템이 사람의 통제를 벗어나 독립된 인격체로서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 상상할 수 있는 최악의 경우는 무엇일까요?
저는 다국적 IT 기업에서 일하는 한 친구로부터, AI 의사결정 도구(네, 실제로 이런 도구가 있다고 합니다)를 사용해서 인간의 개입 없이 한 조직이 운영되는 것에 대한 사례를 전해 들은 적이 있습니다. 그 이야기를 간단히 요약하자면, AI 알고리즘은 인간의 사정을 전혀 고려하지 않았고, 오로지 효율성만 따졌다고 합니다. 얼마 전까지 한참 입에 오르내리던 신자유주의의 폐해가 떠오르는 대목이었습니다. 그 주체가 자본에서 그 자본이 만들어낸 로봇으로 바뀐 것 뿐입니다.
병원 진단부터 예술 창작까지 모든 분야에 AI가 도입되면 기술과 생산성 (혹은 효율성)에서 우리를 빠르게 앞지를 것이 분명합니다. AI가 이미 인간을 앞서기 시작했다고 해도 큰 충격은 아닐 정도로 무덤덤해진 것도 사실입니다. 그 사이 인간이 자력으로 무언가를 해내는 것과 도구에 의존해서 일을 하는 것 사이의 경계도 흐려지고 있습니다. 이것은 유의미한 존재로서의 깊은 사유가 필요 없는 세상이 쉽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5. 기계와 사람의 차이점은?
그래서 결론은 무엇일까요? 솔직히 저도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AI가 그 높은 지능으로 사람을 흉내 낼 수 있다면, AI와 인간의 차이점은 무엇인지 계속 머릿속을 맴돌고 있을 뿐입니다.
제가 일시적으로 내린 답은 목적의 부재(不在) 라는 것입니다. AI는 아름다운 음악을 만들 수 있지만, 그 멜로디 속에 담긴 가슴 아픈 이야기를 이해할 수 없습니다. 소설을 쓸 수 있지만, 모든 단어에 담긴 실제 삶의 경험을 느낄 수 없습니다. 우리는 모든 것에서 의미를 찾고, 그런 인간의 삶은 온갖 고난과 미묘한 감정들로 가득합니다. AI는 논리, 전략, 심지어 예술에서도 우리보다 뛰어날 수 있지만, 우리와 달리 실제의 삶을 살아가지 않습니다.
이 점에서 우리는 아직 AI보다 우위에 서 있습니다. 그렇다고해서 가만히 앉아 배만 두들기고 있을 수만도 없는 노릇입니다. 빛의 속도로 변화하는 세상에서 우리 인간의 자리를 적극적으로 만들어 나가지 않으면, AI가 인간을 대체하기도 전에 우리 스스로 우리의 자리를 지워버릴지도 모르기 때문입니다. 불행한 것은 그런 의심이 점점 더 확신이 되어 간다는 것입니다.
지금의 AI 혁명이 곧 인간은 이제 쓸모없어졌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일까요? 그 답은 우리 자신에게 달려있다는 것이 지금까지 제가 내린 작은 결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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