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전시장에 들어서자마자 시간이 멈춘 듯한 느낌이 들었어요. 론 뮤익의 조각 작품들은 제 예상을 완전히 뒤엎었거든요. 단순한 조각이 아니라 마치 살아있는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이번 글에서는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론 뮤익 전시를 소개하고, 그의 작품이 왜 이토록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지, 그리고 제가 직접 느낀 감상을 나눠볼게요.
1. 첫 만남에 숨이 멎는 조각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에 들어서면 많은 사람들이 놀라움을 감추지 못해요. 정교하게 표현된 머리카락, 피부의 미세한 주름, 표정 없는 얼굴, 그리고 실제와 다른 크기의 인물상들이 눈앞에 펼쳐지거든요. 2025년 4월 11일부터 7월 13일까지 열리는 호주 출신 조각가 론 뮤익의 아시아 최초 대규모 개인전은 보는 이의 감각을 완전히 뒤흔들어 놓아요.
1958년 멜버른에서 태어난 론 뮤익은 장난감 제작자였던 아버지의 영향으로 입체 표현에 익숙했어요. TV쇼 특수효과 제작자로 일하다 1996년부터 본격적인 작가 활동을 시작했죠. 그의 작품 제작 과정은 놀라울 정도로 정성스러운데, 30년 넘게 활동하며 단 48점의 작품만 만들었어요. 한 작품에 1~2년을 투자하며 머리카락과 속눈썹 하나하나를 직접 심는 섬세함은 놀라웠어요.
처음 전시장에 들어갔을 때, 제 심장이 빠르게 뛰는 걸 느꼈어요. 사진으로 봤던 작품들이 실제로 눈앞에 있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거든요. 특히 인물 조각이 너무 생생해서, 잠시 숨을 쉬고 있는 사람처럼 느껴져 몇 번이나 눈을 깜빡였어요.
2. 죽음과 마주하는 압도적 경험

이번 전시의 하이라이트는 단연 <매스> 예요. 인간 두개골의 6배 크기, 각각 60kg에 달하는 해골 100개로 구성된 대형 설치작품이죠. 서울관의 14m 높은 천장을 활용해 해골들이 쏟아져 내리는 듯한 형태로 설치되어 전시장을 완전히 지배해요.
파리의 지하묘지에서 영감을 받은 이 작품은 인간의 죽음, 존재의 유한성, 집단적 기억에 대한 깊은 사색을 담고 있어요. <매스> 앞에 서서 올려다봤을 때, 갑자기 제 자신이 얼마나 작고 유한한 존재인지 강렬하게 느꼈어요. 마치 시간과 죽음이라는 거대한 흐름 속에 내가 한 점처럼 느껴지는 순간이었죠. 목 뒤로 서늘한 기운이 흘렀지만, 이상하게도 두려움보다는 경외감이 더 컸어요.
3. 무표정한 얼굴들이 들려주는 이야기

론 뮤익의 다른 작품들도 인간의 모습을 극도로 사실적으로 보여주면서 깊은 생각을 불러일으켜요. 대부분의 인물은 웃지 않아요. 그 무표정함이 오히려 더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죠.
- <마스크 II> 실제 얼굴의 4배 크기 자화상으로, 정면은 사실적이지만 뒷면은 텅 비어 있어요. 제가 이 작품을 보며 느낀 건, 우리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가면을 쓰고 살아간다는 거였어요. SNS에서의 모습과 실제 모습의 괴리가 떠올랐죠.
- <침대에서> 6m가 넘는 대형 작품으로, 침대에 누운 인물의 고독한 시선이 인상적이에요. 이 작품 앞에서 문득 제 아침 모습이 생각났어요. 일어나기 전 천장을 바라보며 하루를 시작하기 싫었던 그 순간들 말이에요.
- <쇼핑하는 여인> 아기를 안고 장바구니를 든 여성의 지친 모습이에요. 어머니가 저를 키우며 얼마나 힘드셨을지, 그동안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감사함이 밀려왔어요.
- <젊은 연인> 앞에서 보면 대화하는 모습이지만, 뒤에서 보면 남자가 여자의 손목을 잡는 장면이 드러나요. 이 작품을 볼 때마다 각도를 바꿔가며 봤는데, 관계의 양면성이 제 과거 연애를 떠올리게 했어요.
전시장을 천천히 둘러보며, 각 작품마다 멈춰 서서 한참을 바라봤어요. 미술에 문외한인 제가 이렇게 빠져드는 것도 신기했죠. 작가의 의도를 정확히 아는 것보다, 제 안에서 일어나는 감정의 파도에 집중했더니 더 깊은 경험이 되더라고요.
4. 현대 조각의 혁신을 가져온 이유
론 뮤익이 현대 조각에 가져온 변화는 다음과 같은 측면에서 혁신적이에요.
- 극사실주의를 넘어선 표현: 피부 질감, 주름, 머리카락까지 실제보다 더 생생하게 표현해요.
- 크기의 과감한 변형: 실제보다 훨씬 크거나 작은 인체로 현실과 비현실 사이의 긴장감을 만들어요.
- 철학적 질문: 단순한 형태 재현을 넘어 인간의 내면, 존재 의미, 삶과 죽음에 대한 질문을 담아요.
- 관객과의 교감: 전시 공간을 활용해 관객이 작품과 직접 마주하고 감정적으로 반응하도록 해요.
- 재료의 혁신: 전통 재료가 아닌 실리콘, 유리섬유 등 현대적 소재를 활용해 조각의 가능성을 넓혔어요.
전시장 구석에 마련된 작업 과정 영상을 보며 더 큰 감동을 받았어요. 작가가 한 올 한 올 머리카락을 심는 모습, 피부 톤을 맞추기 위해 수없이 색을 섞는 과정을 보니 진짜를 넘어선 진짜가 어떻게 탄생하는지 알 수 있었어요. 그 집요함과 완벽을 향한 열정이 제게도 어떤 일을 대하는 자세에 대해 생각하게 했어요.
5. 직접 봐야만 느낄 수 있는 감동

론 뮤익의 작품은 사진으로 볼 때와 실제로 볼 때 경험이 완전히 달라요. 실제로 전시장에서 느낀 감각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었어요.
함께 간 친구는 사진으로 봤을 때는 그저 정교한 조각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실제로 보니 마치 살아있는 것 같아서 소름이 돋았어 라고 말하더라고요. 저도 같은 경험을 했어요. 특히 <마스크 II>의 눈동자를 바라봤을 때, 마치 누군가가 저를 응시하는 듯한 기분이 들어 깜짝 놀랐어요.
각 작품마다 다른 감정이 솟아나는 것도 특별했어요. <매스> 앞에서는 경외감과 두려움이, <쇼핑하는 여인> 앞에서는 공감과 연민이, <젊은 연인> 앞에서는 호기심과 의구심이 피어났어요. 이런 감정의 다층적 경험은 제가 미술관에서 느껴본 것 중 가장 강렬했어요.
저는 미술에 문외한이지만, 이번 전시는 특별했어요. 함께 간 친구는 30분 만에 둘러보고 나가자고 했는데, 저는 한 시간 넘게 머물렀거든요. 하나의 작품 앞에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서 있던 경험은 처음이었어요. 그냥 멋진 게 아니라, 제 안에 잠자고 있던 질문들이 깨어나는 듯한 느낌이었죠.
6. 전시 정보와 감상 팁

- 전시명: 론 뮤익 전
- 장소: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지하 1층 5, 6 전시실 (서울시 종로구 삼청로 30)
- 기간: 2025년 4월 11일~7월 13일
- 시간: 10시~18시 (수, 토요일은 21시까지)
- 입장료: 5,000원
- 예매: 매주 월요일 오후 6시 일주일 단위 오픈, 최대 4명까지 예약 가능
전시를 더 알차게 관람하기 위한 제 개인적인 팁을 나누자면, 가능하면 오전에 방문하세요. 제가 일요일 10시에 오픈 하자마자 갔을 때는 비교적 한산해서 작품을 충분히 감상할 수 있었어요. 각 작품마다 여러 각도에서 천천히 보는 것도 중요해요. 특히 <마스크 II> 와 <젊은 연인> 은 뒷모습까지 꼭 확인하세요. 전혀 다른 작품을 보는 듯한 느낌을 받을 거예요.
7. 전시 이후 내 안에 남은 것들

론 뮤익의 전시는 단순히 잘 만든 조각을 보는 자리가 아니에요. 제가 전시장을 나오며 느낀 감정은 묘한 고요함과 동시에 내면의 동요였어요. 마치 오랜 명상을 마친 후의 느낌이랄까요? 그의 작품은 제 안에 있던 질문들, 미처 말로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을 끄집어냈어요.
전시를 본 지 일주일이 지났는데도, 일상 속에서 문득문득 그 작품들이 떠올라요. 버스에서 마주친 지친 표정의 여성, 카페에서 마주 앉은 연인들, 거울 속 제 얼굴까지, 평범한 일상의 순간들이 론 뮤익의 조각처럼 의미로 가득 찬 순간들로 보이기 시작했어요. 그의 작품이 제 시선을 바꿔놓은 거죠.
특히 <매스>를 본 후로는 시간과 죽음에 대한 생각이 자주 들어요. 이상하게도 두렵지 않고, 오히려 하루하루를 더 의미 있게 살아야겠다는 마음이 강해졌죠. 바쁘다는 핑계로 미뤄둔 일들, 하고 싶었던 말들을 조금씩 실천하게 됐어요. 조각 전시가 이런 변화를 가져올 줄은 정말 몰랐어요.
또 하나 놀라웠던 건, 조각이라는 예술 형식에 대한 제 인식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예요. 전에는 조각이 그저 정적이고 차가운 예술이라고 생각했는데, 론 뮤익의 작품은 마치 호흡하는 존재처럼 느껴졌어요. 다른 미술관에 갔을 때도 조각을 더 오래, 더 깊이 들여다보게 됐어요.
8. 론 뮤익 전시가 남긴 여운들

전시를 보고 난 후 제게 남은 감정과 변화들을 정리해봤어요:
- 일상의 재발견: 평범한 순간들의 아름다움과 의미를 더 자주 발견하게 됐어요.
- 감정의 깊이: 겉으로 표현하지 않는 감정들이 얼마나 깊고 복잡한지 인식하게 됐어요.
- 관찰력의 변화: 사람들의 표정, 자세, 손짓에 더 주의를 기울이게 됐어요.
- 시간의 소중함: 유한한 존재로서 시간의 가치를 더 깊이 느끼게 됐어요.
- 예술적 시야 확장: 조각이 단순한 형태 재현이 아닌 감정과 철학을 담는 매체라는 것을 알게 됐어요.
- 공감 능력 향상: 타인의 무표정 속에 숨겨진 감정을 더 민감하게 읽게 됐어요.
- 관계에 대한 성찰: 인간관계의 복잡한 역학과 서로가 쓰고 있는 가면에 대해 생각하게 됐어요.
- 소통의 깊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전달되는 감정의 언어가 있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론 뮤익의 전시는 제게 단순한 문화생활이 아닌, 내면으로의 여행이었어요. 처음에는 그저 블로그에 올릴 사진을 찍기 위해 간 전시였는데, 나올 때는 폰을 내려놓고 그저 제 눈과 마음으로 작품을 담아가고 싶었어요. 여러분도 기회가 된다면 꼭 방문해보세요. 그리고 서두르지 말고, 천천히, 자신의 감정에 귀 기울이며 작품과 대화해보세요. 아마도 저처럼 예상치 못한 내면의 변화를 경험하게 될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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