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분들이 글쓰기에 관심이 많으신데요, 이번에는 조금 색다른 관점에서 문서 작성에 대해 이야기해 볼게요. 제가 회사생활을 하면서 깨달은 점인데, 사실 문장력보다 더 중요한 건 문서 구조 감각이더라고요. 어떤 형태의 문서든 잘 읽히고 기억되게 만드는 핵심 원리를 공유해 드릴게요.
1. 문장보다 구조가 먼저예요
우리는 학교에서 많은 글쓰기를 배웠어요. 문장부호 사용법, 형용사 배치법, 맞춤법 교정까지. 하지만 정작 문서의 전체 구조를 설계하는 방법은 어디서도 제대로 배운 적이 없어요. 학교에서는 서론-본론-결론 이라는 너무 기본적인 틀만 가르쳤고, 회사에서는 그저 잘 써와 라고만 하죠.
회사든 학교든 우리는 매일 문서를 만들어요. 보고서, 슬라이드, 요약문, 기획안, 이메일까지. 하지만 그 문서들은 정작 읽히지 않고, 이해되지 않으며, 기억되지 않는 경우가 많아요. 이 문제의 핵심은 대부분 글쓰기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예요.
스티브 잡스가 했던 말로, 훌륭한 디자인은 사람들이 그것을 보고 와, 멋지다 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 아니라, 와, 이해가 된다! 라고 말하게 하는 것이라고 했어요. 이 말은 문서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화려한 단어나 멋진 문장보다 명확한 구조가 독자의 이해를 도와요.
한 장 요약, 아무도 안 알려준 기술
회사든 학교든 살면서 문서를 만들고 정보를 전달해야 하는 상황이 정말 많은데요. 그런데 정작 가장 중요한 요약하는 기술은 어디서도 제대로 배울 수 없었던 것 같아요. 여러분도 그런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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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정보가 아니라 구조가 설득해요
우리는 정보 과잉의 시대에 살고 있어요. 회사에서 발표를 시작하면 30초 안에 청중의 관심이 흐트러지고, 상사는 10페이지짜리 보고서를 제대로 읽지 않아요. 이메일도 대부분 대충 훑어보기만 하죠.
왜 이런 현상이 일어날까요?
그건 정보가 구조화되지 않았기 때문이에요. 인간의 뇌는 구조적으로 정리된 정보를 더 쉽게 받아들이고 기억해요. 구조화되지 않은 정보는 아무리 많아도 의미가 없어요.
저도 회사에서 일할 때 이 문제로 고민이 많았어요. 열심히 만든 보고서가 읽히지 않는 경험, 다들 해보셨죠? 결국 깨달은 건 문서 구조 감각이 필요하다는 점이었어요. 문서 구조 감각이란 정보를 어떻게 배치하고 강조할 것인가에 대한 전략적 사고예요. 특히 의사결정자들은 정보의 양이 아니라 정보가 얼마나 명확하게 구조화되었는가를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깨달았어요.
슬라이드 하나에도 구조가 있어요 : 문장으로 만드는 PPT
직장인이라면 PPT 발표나 제작을 피할 수 없죠. 하지만 정작 어떻게 해야 효과적인 슬라이드를 만들 수 있는지 제대로 배운 적은 많지 않을 거예요. 이 글에서는 단순히 예쁜 PPT가 아니라 메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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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한 장 요약도, PPT도 결국 구조가 핵심이에요
좋은 요약문과 좋은 PPT 슬라이드는 놀랍도록 비슷한 특성을 가지고 있어요. 둘 다 복잡한 정보를 단순화하고 핵심 메시지를 전달해야 하니까요. 제가 두 문서 형식을 많이 만들어보니 공통적인 구조적 요소가 있더라고요.
1️⃣ 한 장 요약의 3단 구조:
- [목적]: 문서의 상단 15%를 차지하며, 왜 이 문서가 존재하는지 명시해요
- [맥락]: 문서의 중단 25%를 차지하며, 최소한의 배경 정보를 제공해요
- [메시지]: 문서의 하단 60%를 차지하며, 핵심 주장과 뒷받침 증거를 제시해요
2️⃣ 슬라이드의 3요소 구조:
- 제목: 주장 혹은 핵심 메시지를 담은 한 문장이에요
- 본문: 이유, 근거, 데이터로 주장을 뒷받침해요
- 마무리: 다음 슬라이드로 이어지는 연결고리 역할을 해요
이 두 구조는 정말 비슷해요. 둘 다 첫 부분에서 핵심 메시지를 전달하고, 중간에 근거를 제시하며, 마지막에 결론이나 다음 단계를 제시하죠. 이건 인간의 정보 처리 방식에 최적화된 구조예요.
4. 페이지당 하나의 메시지, 그게 진짜 전달력이에요
효과적인 문서와 슬라이드의 가장 중요한 원칙 중 하나는 한 페이지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는 것이에요. 여러 메시지를 한 페이지에 욱여넣으면 독자는 혼란을 느껴요. 슬라이드에서 세 가지를 동시에 말하면, 청중은 그중 하나도 제대로 기억하지 못해요.
제가 경험한 전형적인 회사 월간보고서의 문제점을 볼게요:
🔺 일반적인 방식:
- 제목: "3월 실적 보고"
- 내용: 매출액, 신규 고객 수, 반품률, 마케팅 비용 등 모든 지표를 한 슬라이드에 나열
✅ 개선된 방식:
- 제목: "온라인 채널 강화로 3월 신규 고객 30% 증가했어요"
- 내용: 온라인 채널별 고객 유입 데이터와 전월 대비 변화 그래프
- 마무리: "특히 모바일 앱 유입이 전체 증가분의 65%를 차지했어요"
두 번째 방식이 효과적인 이유는 명확한, 단 하나의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이에요. 다른 정보는 다른 슬라이드에 배치하면 돼요.
저도 처음에는 정보를 한 페이지에 다 넣으려고 했는데, 오히려 아무것도 전달이 안 되더라고요. 한 문장으로 명확하게 주장하는 훈련이 모든 문서 작성의 질을 높이는 첫걸음이에요. 이 페이지로 정확히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 라는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없다면, 그 페이지는 아직 완성되지 않은 거예요.
5. 글 잘 쓰는 사람의 비밀은 <구조 감각> 이에요
글을 잘 쓰는 사람이 PPT도 잘 만들고 요약도 잘 하는 이유는 사고 방식 자체가 구조적이기 때문이에요. 그들은 다음과 같은 과정을 자연스럽게 따르죠:
문장 → 단락 → 구조 → 스토리텔링 → 시각화
글쓰기의 모든 원리가 다른 형태의 문서 제작에도 그대로 적용돼요. 요약하는 능력, 논리를 세우는 능력, 중요한 것을 강조하는 능력이 모든 형태의 문서 작성에 공통적으로 필요한 요소예요.
제 경험을 나눠볼게요. 예전에 프레젠테이션을 위한 슬라이드를 만들 때마다 디자인부터 시작했어요. 근데 항상 중간에 막히더라고요. 나중에 알고 보니 먼저 무엇을 말할지 명확히 해야 했던 거였어요. 문장을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은 시각화 가능성도 더 넓게 봐요. 명확한 문장이 있어야 적절한 차트, 그래프, 이미지를 선택할 수 있어요. 쉽게 말해서,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아야 어떻게 보여줄지도 결정할 수 있는 거예요.
역설적이게도, 텍스트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수록 문서는 더 간결해져요. 핵심 메시지가 명확할 때 불필요한 장식과 잡다한 정보를 과감히 제거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6. 어떤 문서든지 적용되는 3단 구조예요
모든 효과적인 문서는 3단 구조를 가지고 있어요. 저도 이 구조를 알고 나서 문서 작성 시간이 절반으로 줄었어요:
1️⃣시작: 주의를 끌고 목적을 명시해요
- 요약문: [목적] 섹션에 배치
- 슬라이드: 메시지가 담긴 제목으로 표현
- 이메일: 첫 단락의 핵심 문장으로 넣기
- 블로그: 도입부의 문제 제기로 활용
2️⃣ 중간: 최소한의 맥락과 근거를 제공해요
- 요약문: [맥락] 섹션에 배치
- 슬라이드: 데이터와 근거가 담긴 본문으로 넣기
- 이메일: 상황 설명과 배경으로 표현
- 블로그: 문제의 심화와 분석으로 활용
3️⃣ 끝: 핵심 메시지와 다음 단계를 제시해요
- 요약문: [메시지] 섹션에 배치
- 슬라이드: 결론과 다음 슬라이드로의 연결
- 이메일: 기대 행동과 마무리로 넣기
- 블로그: 핵심 통찰과 실천 방안으로 마무리
이 구조는 인간의 정보 처리 방식에 최적화되어 있어요. 먼저 목적을 제시해서 관심을 끌고, 맥락을 제공해서 이해를 돕고, 마지막으로 핵심 메시지와 다음 단계를 제시해서 행동을 유도하는 방식이죠. 저도 이 구조를 쓰기 시작한 후에 상사와 동료들의 반응이 확실히 달라졌어요.
7. 실전: 구조로 설계하는 다양한 문서들
이제 이론적인 원칙을 실제 문서에 어떻게 적용하는지 볼게요. 제가 실제로 써봤던 문서들을 기준으로 설명해드릴게요.
1️⃣ 퇴사 메일의 구조화
✅ 일반적인 퇴사 메일:
안녕하세요, 여러분.
그동안 정말 감사했습니다. 제가 이번에 개인적인 사정으로 퇴사를 하게 되었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고 좋은 경험이었습니다. 앞으로도 회사가 잘 되길 바랍니다.
감사합니다.
✅ 구조화된 퇴사 메일:
제목: [떠나게 되었습니다] 김요약, 10월 31일 마지막 근무
안녕하세요, 마케팅팀 김요약입니다.
[목적] 10월 31일부로 회사를 떠나게 되어 인사드립니다. 제가 담당했던 프로젝트 인수인계 관련 정보를 공유드립니다.
[상황] 저는 2년간 A, B, C 프로젝트를 담당했으며, 각 업무는 박진행 팀장님께 인수인계가 완료되었습니다. 남은 기간 동안 추가 질문에 성실히 답변드리겠습니다.
[메시지] 함께 일한 모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특히 마케팅팀 동료들의 지원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개인 연락처는 kimyoyak@email.com으로 남겨둡니다.
감사합니다, 김요약 드림
구조화된 메일은 첫 줄에서 핵심을 바로 전달하고, 동료들이 알아야 할 정보를 명확히 하며, 감정적 메시지는 짧게 압축했어요. 이렇게 하면 받는 사람도 정보를 빠르게 파악할 수 있죠.
2️⃣ 기획안 커버 페이지의 구조화
✅ 구조화된 기획안 커버 페이지:
[프로젝트명: 2025 브랜드 리뉴얼 계획]
작성자: 김요약 | 날짜: 2025.04.20 | 요청부서: 마케팅
[목적] 본 기획안은 브랜드 인지도 하락 문제 해결을 위한 브랜드 리뉴얼 전략을 제안합니다. 총 예산 1억원, 실행 기간 3개월의 승인이 필요합니다.
[현황]
- 작년 대비 브랜드 인지도 15% 하락 (설문조사 결과)
- 20-30대 타겟층의 경쟁사 선호도 증가 추세
- 현재 브랜드 이미지가 구식으로 인식됨 (FGI 결과)
[핵심 제안]
- 로고 및 시각적 아이덴티티 전면 개편 (5천만원)
- 인플루언서 중심 SNS 캠페인 전개 (3천만원)
- 오프라인 팝업 스토어 3개 지역 운영 (2천만원)
[기대효과]
- 브랜드 인지도 20% 상승
- 20-30대 고객층 유입 30% 증가
- 전환율 10% 개선
※ 세부 실행 계획 및 일정은 본문 참조
이 커버 페이지가 효과적인 이유는 의사결정자가 원하는 정보를 바로 제공하고, 문제 상황을 데이터로 명확히 제시하며, 주요 제안을 구체적으로 나열했기 때문이에요. 예전에 이런 방식으로 기획안을 제출했을 때 팀장님이 10분만에 승인해주셨어요.
3️⃣ 슬라이드 구조화 예시
✅ 기존 슬라이드:
제목: 3월 실적 보고
- 매출: 85억원
- 신규 고객: 1,200명
- 반품률: 5.2%
- 마케팅 비용: 7.5억원
- 온라인 매출: 40억원
- 오프라인 매출: 45억원
...
✅ 구조화된 슬라이드:
제목: 온라인 채널 강화로 3월 신규 고객 30% 증가
[데이터]
- 모바일 앱: 560명 (전월 대비 +45%)
- 웹사이트: 420명 (전월 대비 +25%)
- SNS 유입: 220명 (전월 대비 +15%)
[분석]
특히 모바일 앱 유입이 전체 증가분의 65%를 차지했으며,
이는 2월에 도입한 앱 전용 할인 쿠폰의 효과로 분석됩니다.
[다음 단계]
4월에는 앱 전용 혜택을 더욱 강화하고 푸시 알림 전략을 개선할 예정입니다.
두 번째 슬라이드는 명확한 메시지가 있고, 그 메시지를 뒷받침하는 데이터만 선택적으로 보여줘요. 불필요한 정보는 과감히 다른 슬라이드로 분리했어요. 저도 처음에는 뭐든 다 넣어야 해 라고 생각했는데, 오히려 정보를 줄이니 전달력이 높아졌어요.
8. 문서력 = 구조로 말하는 힘이에요
제가 지금까지 경험으로 알게 된 건, 진정한 문서력은 구조로 말하는 힘이라는 점이에요. 어떤 문서든 공통적으로 적용되는 이 능력은 다음과 같은 원칙에 기반해요:
- 한 페이지에 하나의 메시지만 담기
- 정보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과감히 삭제하기
- 모든 문서에 목적-맥락-메시지의 구조 적용하기
- 문장으로 시작하되, 구조로 완성하기
- 독자의 관점에서 필요한 정보만 선별하기
이 원칙들을 적용하면 어떤 형태의 문서든 더 명확하고 효과적으로 만들 수 있어요. 디자인이든 프레젠테이션이든 요약이든 핵심은 결국 무엇을 보여주지 않을 것인가를 결정하는 거예요.
저는 회사생활 5년 차에 이걸 깨달았어요. 그 전까지는 무조건 많은 정보를 담으려고 노력했죠. 하지만 정작 제 문서는 읽히지 않았어요. 구조적 사고법을 익히고 나서야 비로소 제 의견이 받아들여지기 시작했어요.
정보 과잉의 시대에서 가장 명확하게 구조화할 수 있는 사람이 가장 큰 영향력을 가져요. 아무도 가르쳐주지 않았지만, 이제 여러분은 알게 되었어요. 문서 구조 감각의 중요성을요.
9. 마치며
좋은 문서는 멋진 문장이나 화려한 디자인만으로 만들어지지 않아요. 그것은 명확한 구조, 한 눈에 들어오는 정보 배치, 그리고 무엇보다 무엇을 말하고 싶은가에 대한 명확한 목표 의식에서 비롯돼요.
다음에 문서를 만들 때는 디자인을 고민하기 전에 먼저 자문해보세요. 내가 이 페이지로 정확히 무슨 말을 하고 싶지? 이 질문에 한 문장으로 답할 수 있다면, 여러분은 이미 절반의 성공을 거둔 거예요. 저도 이 방법으로 회사에서 인정받기 시작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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