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과 원숙함,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의 서막
11년 만에 돌아온 G-DRAGON의 정규 앨범 bermensch는 단순한 컴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오랜 시간 대중 앞에서 모습을 감췄던 그가 과연 어떤 변화를 보여줄지, 여전히 실험적이고 독창적인 음악을 들려줄지에 대한 기대와 궁금증이 컸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bermensch는 그가 여전히 변화무쌍한 스타일과 장르를 넘나들며, 동시에 자신만의 음악적 정체성을 더욱 공고히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하지만 이 앨범이 완전히 새로운 음악적 시도라고 말하기에는 아쉬운 부분도 있다. 익숙한 요소들이 반복되는 동시에, 그의 실험적 접근이 조금 더 과감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bermensch는 단순한 과거의 연장선이 아니다. G-DRAGON의 음악적 성장과 원숙함이 자연스럽게 녹아 있으며, 앞으로 펼쳐질 그의 음악적 여정에 대한 힌트를 제공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Power : 7년 만의 싱글, 강렬한 컴백 선언
2024년 10월 31일에 발매된 Power는 G-DRAGON이 7년 만에 발표한 싱글로, 그의 귀환을 알리는 강렬한 선언이었다. 힙합, 트랩, EDM 요소가 결합된 이 곡은 묵직한 비트와 반복적인 Power 후렴구를 통해 에너지를 극대화하며, 그의 시그니처 랩 스타일이 더욱 돋보인다. 가사는 자유와 자신감, 그리고 자신의 독보적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메시지를 담고 있으며, 특히 "억까(억지 비판)를 무시하고 자유로움을 표현한다"는 구절은 공백기 동안의 논란과 대중의 시선을 의식한 듯한 느낌을 준다. 뮤직비디오는 원테이크 촬영 기법을 활용해 TV 방송국, 건설 현장, 지하철 등 다양한 장소를 넘나들며, G-DRAGON의 아이디어가 반영된 감각적인 영상미로 주목받았다. 발매 후 12일 만에 뮤직비디오 조회 수 2300만 회를 돌파했고, 국내 주요 음원 차트 상위권에 오르며 그의 여전한 인기를 입증했다.
팬들은 G-DRAGON 특유의 스타일이 유지된 점을 긍정적으로 평가했지만, 일부에서는 곡의 다소 짧은 길이나 예상 가능한 스타일이 아쉽다는 반응도 나왔다. 그러나 Power는 단순한 싱글이 아닌, G-DRAGON이 자신의 음악적 자신감을 대중에게 다시 한 번 각인시킨 컴백 선언이었다.
음악적 색채: 실험과 익숙함 사이에서
앨범은 G-DRAGON 특유의 다채로운 스타일을 그대로 담고 있다. TOO BAD 는 경쾌한 펑크(funk) 리듬과 Anderson .Paak과의 협업이 돋보이며, 전반적으로 자유분방한 에너지가 살아 있다. 반면, DRAMA 는 감성적인 피아노 멜로디와 서정적인 보컬이 중심이 된 발라드곡으로,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또 다른 감정선의 깊이를 확인할 수 있다. BONAMANA 는 미니멀한 기타 리프와 절제된 사운드를 활용해 그의 퍼포먼스를 극대화할 수 있도록 설계된 곡이다.
이번 앨범에서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보컬의 활용이다. G-DRAGON은 이전보다 감정선을 더욱 섬세하게 다듬었고, 곡마다 다양한 창법과 표현 방식을 시도하고 있다. 특히 DRAMA 에서 그는 단순한 래퍼를 넘어 감정을 끌어내는 보컬리스트로서의 역량을 보여준다. 이 점에서 보면, bermensch는 그의 목소리를 가장 효과적으로 활용한 앨범 중 하나다.
하지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음악적 실험이 완전히 새로운 것 으로 다가오기보다는 기존의 스타일을 보다 정교하게 다듬는 방향으로 나아갔다는 점이다. 물론 그의 음악이 워낙 독창적이기에 여전히 신선하게 들리지만, 기존의 G-DRAGON 음악을 즐겨온 팬들에게는 예상 가능한 스타일로 들릴 수도 있다.
뮤직비디오: 감각적인 연출과 스토리텔링의 발전
TOO BAD 와 DRAMA 의 뮤직비디오는 각각 곡의 개성과 분위기를 최대한 살리는 방식으로 제작되었다.
TOO BAD 는 비비드한 색감과 스타일리시한 연출이 돋보이는 작품으로, Anderson .Paak과의 자연스러운 시너지가 음악과 비주얼에서 모두 살아난다. 여러 스타일의 의상과 안무가 등장하며 곡의 경쾌한 분위기를 배가시키지만, 동시에 G-DRAGON이 기존에 보여주던 트렌디한 영상미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는 점에서 다소 익숙한 느낌도 든다.
반면 DRAMA 는 한층 감성적인 접근을 취한다. 서정적인 분위기와 현대무용적인 안무가 조화를 이루며, G-DRAGON의 감정 연기가 극대화된다. 특히, 뮤직비디오에서 등장하는 태엽 장치와 오르골은 운명과 반복되는 시간에 대한 상징성을 부여하며, 그의 음악이 단순한 멜로디를 넘어 스토리텔링을 담고 있음을 보여준다. 이러한 연출 방식은 매우 인상적이지만, 동시에 G-DRAGON이 이전에도 활용했던 스타일의 연장선이라는 점에서, 조금 더 새로운 접근이 있었다면 더 강렬한 인상을 남겼을 것이다.
비판과 기대감: 다음 행보를 위한 준비 과정
bermensch는 G-DRAGON이 여전히 자신만의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구축하고 있음을 증명하는 앨범이다. 하지만 완전히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기보다는, 기존의 스타일을 세련되게 정리하고 다듬는 과정에 가깝다. 이는 비판이 아니라, 오히려 그의 음악적 여정에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기에 이 앨범의 가장 큰 의미는, 다음 앨범에 대한 기대감을 증폭시킨다는 점에 있다. bermensch에서 G-DRAGON은 자신의 스타일을 공고히 하면서도, 곳곳에서 새로운 가능성을 암시하는 시도를 하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향후 그는 더욱 과감한 음악적 실험과 확장된 사운드를 시도할 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이번 앨범에서 보컬적인 접근이 강화된 만큼, 다음 작품에서는 그가 보다 다양한 창법과 장르적 변화를 가져올 가능성이 크다.
한 단계 더 나아가기 위한 도약점
이번 앨범은 단순한 컴백이 아니다. G-DRAGON이 오랜 공백기를 지나 한층 깊어진 감성과 원숙한 음악적 태도를 선보이며, 여전히 자신만의 길을 개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스타일적으로는 여전히 강렬하고, 퍼포먼스 또한 독보적이다. 다만, 이 모든 요소들이 G-DRAGON이라는 아티스트가 이미 가지고 있던 강점의 확장이라는 점에서, 다음 앨범에서는 보다 더 파격적인 변화가 있기를 기대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이 앨범을 단순히 완성된 작품 으로 보기는 어렵다. 오히려 그의 음악적 여정 속에서 하나의 중요한 단계 로 바라보는 것이 적절하다. 이 단계가 끝난 이후, G-DRAGON이 어떤 새로운 음악적 실험을 펼칠 것인가? 그의 다음 앨범에서는 기존의 틀을 뛰어넘는 더욱 혁신적인 시도를 볼 수 있기를 기대한다.
G-DRAGON의 bermensch는 단순한 회귀가 아니라, 앞으로 펼쳐질 더 큰 도약을 위한 준비 과정이다. 그리고 그 도약이 시작될 순간이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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