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50인 선정 2025 올해의 소설 1위! 김애란 <안녕이라 그랬어>

 

소설가 50인이 만장일치로 뽑은 2025년 최고의 소설, 김애란 작가의 소설집 <안녕이라 그랬어>는 단순히 문학적 성취를 넘어 이 시대를 해부하는 날카로운 칼날 같아요. 2017년 <바깥은 여름>, 2024년 <이중 하나는 거짓말>에 이어 세 번째 1위를 차지하며 동료 작가들의 압도적인 신뢰를 증명했고요. 이 소설은 한국 사회의 깊은 곳에 자리 잡은 상실감과 불안을 포착해, 그 감정들이 어떻게 우리의 일상을 잠식하는지 밀도 높게 보여줘요. 8년 만에 돌아온 소설집에서 작가는 공간과 자본이라는 거대한 딜레마를 이전보다 훨씬 성숙한 언어로 그려내고 있는 점이 핵심이에요.

 

재산 지키기와 선의의 딜레마

• 작품 속 화자들은 젊은 시절에는 사람을 지키고 싶었지만, 이제는 재산을 지켜야 가족과 자신을 지킬 수 있다는 불안을 솔직하게 고백해요.
• 이 고백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욕구와 자본주의 사회에서 요구되는 윤리적 선의 사이에서 방황하는 동시대인의 자화상을 선명하게 비춰줘요.
• 남의 욕망은 탐욕으로 보이고 내 욕망만 생존을 위한 욕구로 정당화하는 이중적인 태도 속에서, 우리는 선의를 어디까지 지킬 수 있는지 질문을 던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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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론적 신자유주의의 내면화

• 비평가 신형철은 이 소설을 두고 김애란을 사회학자로 주장하며 존재론적 신자유주의라는 개념으로 분석하기도 했어요.
• 이는 신자유주의적 생활 방식과 사고방식이 개인의 태도와 가치관에 깊숙이 내면화되어 바깥으로 드러나는 현상을 뜻해요.
• 즉, 사회 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선택과 역량 문제로 모든 것을 치환하며, 스스로를 탓하고 고립시키는 현상을 소설은 정면으로 다루고 있어요.

 

안녕의 애매함을 통한 새로운 해석

• 소설의 제목 안녕이라 그랬어는 반가움과 이별이라는 이중적인 의미를 지닌 안녕이라는 단어의 애매함을 동력으로 삼아요.
• 화자들은 만남과 헤어짐, 시작과 끝 사이를 부유하며 삶의 길항(拮抗) 관계를 탐구해요.
• 결국 이 안녕은 부디 평안하시라는, 타인의 안녕을 염원하는 또 다른 의미로 나아가면서 개인의 불안을 넘어선 확장된 연대를 제시해요.
• 단순한 감정의 영역을 넘어선, 사회와 인간에 대한 깊은 관조와 성찰이 담겨 있는 지점이에요.

 

이 시대의 감각을 담아내는 그릇

• 작가는 나이가 들면서 같은 풍경과 사람을 보아도 다르게 반응하는 자신의 몸이 이야기를 담는 그릇처럼 느껴진다고 말해요.
• 이 변화는 소설 속에서 거창한 이념 대신 작은 일상, 구체적 삶의 감각에서 출발하는 서사로 나타나요.
• 단어 하나, 눈빛 하나에도 사회적 질서와 감정의 결이 촘촘하게 이어지는 방식은 독자들에게 높은 밀도의 공감과 긴장을 선사해요.
• 개인의 나약함과 불안정함을 인정하면서도, 다시 일어나 사랑하고 살아내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위로와 희망의 메시지를 발견할 수 있어요.

 

상투적인 삶의 무게에 대한 예의

• 소설은 상투성이 뭐 어떠냐며 삶만큼 죽음만큼 상투적인 것이 없다고 말해요.
• 이 상투적인 반복의 무게에 머리 숙이는 것이 결국 우리가 갖춰야 할 예의라고 이야기해요.
• 세련되거나 첨단적인 말이 아닌, 쉽고 오래된 말의 소중함을 깨닫는 인생의 어두운 시기들을 통해 우리는 삶의 본질을 되새기게 돼요.

 

김애란 작가는 이 소설집을 통해 고립을 넘어선 언어, 타인의 고통과 존재를 인지하려는 따뜻한 시선을 독자에게 건네고 있어요. 불안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야 하는 우리 모두에게 필요한 소설이에요.